<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2050년’과 ‘향후 50년’이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1937년생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올해 84세인데, 34세가 되는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지요. 2050년에는 113세로 자신은 살아있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러나 살아 있을 아들들은 64세가 된다는 가정 하에 설정한 연도입니다. 그리고 향후 50년이라는 숫자는 2013년 어느 인터뷰에서 그해를 기준으로 앞으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은 단지 50년뿐일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러한 연도를 설정하면서 하나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자원은 ‘50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컬럼리스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을 출판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쳐올 12가지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2050년’에는 지구에서 인간의 거주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밝힌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는 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집어삼키는 바다, 치솟는 산불, ‘날씨’가 되어버릴 재난들,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마실 수 없는 공기, 질병의 전파, 무너지는 경제, 기후분쟁, 시스템의 붕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월러스 웰즈는 지구온난화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대량학살’이라고 끔찍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앞의 다이아몬드 교수는 어류와 광물, 그리고 물을 예로 들면서, 현재 우리는 재생산할 수 있는 비율보다 더 많은 어류를 잡아 올려 씨를 말리고, 주요 광물은 20년도 못가 바닥이 날 것이고, 이미 쓸 수 있는 물은 다 쓰고 있다는 통계를 근거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즉 아이들이 살아 있을 50년 후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앞으로 탄소 배출을 통제하지 못하고 지구온난화가 계속 될 경우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고, 그 시점이 30년 후에 올 것인지 아니면 50년 후에 올 것인지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2050년이라는 시점에 대해서는 여러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설정하는 연도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설령 우리에게 5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할지라도 지금 탄소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일에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되지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과학기술계에서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월러스 웰즈 같은 사람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낙관주의자라고 스스로 규정한 빌 게이츠는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책으로 펴내면서 ‘기술’이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새로운 치료법과 백신이 나왔듯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에도 새로운 도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도 전기와 물건을 만들고, 음식을 재배하며, 건물을 시원하고 따뜻하게 유지하고, 사람과 물건이 전 세계를 움직일 수”있겠지요. 이와 같은 낙관적인 견해에 동의하고 싶으나, 그러려면 모두가 탄소중립 실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이 글은 <중도일보> 2021.5.21.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