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운동을 나갈 때면 청소하시는 분들을 자주 뵙게 됩니다. 어느 날 한 분이 전봇대에 붙은 광고지를 열심히 떼고 있었습니다. 제가 “수고하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못하게 해도 자꾸 붙여요. 먹고 살기 힘들어 할 수 없다나” 그러면서 “지만 살기 힘드나”라고 혼잣말을 하셨습니다.
이런 분들을 포함해서 우리 주위에는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광고지를 불법으로 붙이는 사람도 살기 위해 그 일을 합니다. 청소하시는 분도 살기 위해 그 일을 하지요. 아마 처음에는 불법인 줄 알기에 조금은 망설이고 위축되었겠지만 반복하다보니 무뎌지고, 누가 못하게 하면 “나도 먹고 살기 위해 이 일을 하는데 뭐가 문제냐? 너희는 법대로만 착하게 사느냐”고 반발할 것입니다. 청소하시는 분은 ‘자기만 살기 힘드냐’라고 못마땅해 했지만 두 분 모두‘살기 힘들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하시는 분은 깊은 한숨으로 이 해프닝을 마무리를 했지요.
저는 불법광고지를 붙이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일은 불법이니 하지마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게 말하면 그 사람은 “당신이 나를 책임질 수 있어? 내 고통을 알기나 해?”라고 불평할 것입니다.
예외적인 사람도 많지만,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의 도덕적 각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법광고지를 붙이는 사람을 당당하게 나무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투명하게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살기 힘들어도 바르게 살아라. 당신은 매우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마디 더 덧붙여 ‘가진 것이 없고 이룬 것이 없다 해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우리들은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들이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 때를 고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의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불법광고지를 붙이는 사람이나 그것을 시키는 사람들도 ‘하면 안 되는 것’은 돈으로 사려고 해서도, 팔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자각이 필요합니다.
‘바르게 살자’라는 말은 너무나 옳은 말이지만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생각과 행동의 괴리를 경험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후배들에게 ‘삶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만들지 말라’고 자주 조언합니다. 어려운 것이나 손해 보는 것은 포기하고, 쉽거나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어려운 것과 쉬운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는 갈등도, 도덕적 판단도 불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옳지만 손해가 되는 것, 또는 옳지 않지만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데에는 많은 인간적 고뇌가 따를 수밖에 없지요. 현인들이나 성직자들은 이익이나 손실을 따지지 않고 옳고 그름에 따라 행하겠지만 범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러나 좀 더 깊게 삶을 성찰한다면 당장은 이익이 되더라도 옳지 않으면 포기할 줄 알아야 더 좋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정도는 관행이니까 별 문제가 없다’고 합리화하면서 떳떳하지 못한 일을 그냥 넘겨버리면 틀림없이 차후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이것을 명심한다면 ‘하면 안 되는 일’은 하지 않을 수 있겠지요.
(이 글은 <새마을운동신문> 2021.8.26.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