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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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작성일
2022-03-14

20세기를 지배했던 세 가지 이데올로기인 자유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가운데 살아남은 것은 자유주의뿐입니다. 그런데 최근 자유주의는 애당초 잘못 설계되었으며 본질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패트릭 J. 드닌 교수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그는 이를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라는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추천한 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드닌 교수는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정치, 공동체 해체에 따른 시민 간 분열,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의 부상, 경제 양극화 같은 문제들이 (자유주의) 체제 때문에 발생하고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과 같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이 원인을 서유럽 정치 체제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에서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율성 확대'를 목표로 합니다. 개인의 자율성을 넓게 보호하려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보장된 자유주의로 인해 오히려 인간을 소외시키고 무력화하는 모순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자유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데에는 수긍할 수 있지만 이미 실패했다거나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완전무결한 정치 체제는 아니어서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그동안에도 제도가 갖는 비효율성이 지적되었으며, 평등이라는 가치는 자유의 개념과 내재적으로 상충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개진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가능하나 민주주의가 인류가 만들어 낸 최선의 제도이며, 인간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유발하고 성취동기와 자기실현욕구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포용적인 제도라는 점을 전면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시 원론적으로 돌아가 민주주의의 성공은 민주주의를 시작하면서 내세웠던 기본적인 가정에 동의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습니다. 그 가정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인간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존재'라는 가정이고, 역사가 때로는 정체하고 퇴보하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는 가정입니다.

얼마 전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고, 곧 전국지방선거가 실시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선거 과정을 경험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을 토로합니다. 선거 과정에서 지역감정과 연고 등에 의해 투표를 결정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선거 결과가 민의를 반영한 민주주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 이미 루소는 '일반의지'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 개개인의 특수 의지(불합리한 결정)의 단순한 합()은 전체 의지와 구별되며, 도덕적 선을 지향하는 다수 의사의 결집체를 '일반의지'라고 명명하였지요. 이를 쉽게 설명하면 개개인은 불합리하고 부도덕할 수 있지만, 다수의 의사 결과는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 우리가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를 미리 인식한다면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것입니다.

(이 글은 <중도일보> 2022.3.14.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