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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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은 공존합니다
작성일
2021-12-23

소설가 박범신의 <힐링>이라는 산문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의 부제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된 문장들이었습니다. 박범신은 이나 마침표라는 단어를 거부합니다. 끝이라고 쓰는 것이 사실은 제일 무섭고,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된 문장들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짧은 문장들이 당신들의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쉼표를 도미노처럼 릴레이로 나누어 품으면 세상이 좀 더 환해지지 않겠느냐?”라고도 했습니다.

저는 박범신 작가의 문장에서 마침표를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문장은 수많은 쉼표가 이어지고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침표는 슬프기도 하지만 어느 문장도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마침표는 창조물이며 다른 문장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격주로 발행했던 <새마을운동> 신문은 199835일에 창간하였습니다. 그동안 전국의 지도자들에게 새마을 소식을 전해주고 또 각지의 활동 상황을 공유하는 미디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새마을운동>신문은 오늘자를 마지막으로 종간합니다. 오늘 마침표를 찍는 <새마을운동>신문은 끝이 아니라 다른 문장의 시작입니다. 종간과 함께 <새벽종>(가칭)이라는 격월간 잡지로 재탄생되는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종이신문보다는 다양한 화보가 들어 있고, 단순한 뉴스보다는 교양기사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변신을 하는 것이지요.

끝과 시작을 지켜보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심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이라는 유명한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밝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쟁터에서 전쟁의 시작과 끝을 보고 나서 원인과 결과가 고루 덮인 이 풀밭 위에서 누군가는 자리 깔고 벌렁 드러누워 이삭을 입에 문 채 물끄러미 구름을 바라보아야만 하리라는 냉소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그렇지만 심보르스카는 철학적인 화두를 제시했지요. 시작과 끝은 두 번은 없다고 하면서 시작 전에 다른 끝이 있고, 끝 이후에 다른 시작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시작에서 끝이 오고, 또다시 시작이 되는 것이 만물의 흐름이라 생각합니다.

<새마을운동>신문의 종간을 아쉬워하면서 또 다른 창간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이 글은 <새마을운동신문> 2021.12.23.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