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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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에
작성일
2021-10-28

지금이 시월 말이니까 가을의 중심에 들어 왔고, 단풍도 절정에 다다랐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추분(923)부터 동지(1221)까지를 말하며, 단풍은 9월 말에 시작하여 시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절정을 이루지요. 그러니까 가을과 단풍이 정점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나뭇잎들이 갈색과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우리에게는 멋진 사색가적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남기면서 마치 마술 같이 계절의 신비를 만들어 냅니다. 보통 한 줄기 가을비가 흩뿌리고 나면 단풍이 짙어지고,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 찬란한 단풍이 낙엽이 되어 땅으로 내려오면 이 가을도 우리의 기억 속에 하나의 잊혀질 계절로 순환되어 가겠지요.

가을을 상징하는 단어들은 많겠지만 의 계절이라는 것이 먼저 떠오릅니다.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선연하게 물들어가는 단풍의 밑에 한 편의 시가 적혀 있습니다. 한 자리에 붙박여 있는 나무는 온 몸으로 시를 표현하고, 그런 시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가 사람이 되고 사람이 시가 됩니다. 그래서 가을에는 모두가 시인이 된다고 하지요.

또 하나의 가을의 상징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거두어들일 많은 풍성한 것들이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들녘의 누런 벼가 그렇고, 다양한 탐스러운 과일들이 그렇습니다. 각 개인은 수확의 시점이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결산을 준비하고 있지요. 가을 밤하늘에 촘촘히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말없이 걷거나, 최근에 발표된 시를 하나 찾아 읽거나, 오디오에 오페라 아리아 시리즈를 걸어 놓고 음악을 들으면 곡식이나 열매같이 보이는 것은 아닐지라도 정신적 풍요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을의 상징으로 시와 수확을 뽑았지만, 무엇보다도 가을하면 고독이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요? 가을은 기쁘거나 슬픔 등의 많은 감정들을 한꺼번에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은 아마도 가을만이 갖고 있는 낭만 때문일 것입니다. 단풍과 낙엽과 같은 생명을 가진 것들에 대한 연민과 소멸의 예감, 고독과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 두서없이 섞여 정서적인 부조화 상태가 겨울이 오기 전까지 한동안 계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가을이라서 더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면, 또는 지구상에서 나만 혼자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 고독을 벗어나려 애쓰지 말고 오롯이 즐기거나 느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고독하다고 해서 모두가 불행한 것도 아니며 관계 맺기에 무능하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위대한 사상가나 예술가들이 모두 고독하게 살았다면 과장이겠고 예외도 얼마든지 있겠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관계가 아니라 고독이었다는 데 더 비중을 두고 싶습니다. 아무리 의젓한 어른일지라도 마음속에는 상처받기 쉬운 외로운 철부지 아이가 웅크리고 있습니다요즘처럼 깊어가는 가을에 마음속 진짜 자기와의 대면을 통해 보다 나다워지고 자유를 경험을 해보시기를 권고 드리며, 무엇보다도 더욱 풍부해진 커피 향을 즐기면서 한 템포 느린 깊이와 여유로 사유할 수 있는 철학적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새마을운동신문> 2021.10.28.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