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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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늦춰도 ‘좋은 삶’은 가능한가?
작성일
2021-09-09

51년 전 새마을운동을 시작할 때 '잘 살아보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 당시는 빈곤을 탈피하기 위해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을 강조하였지요. 지금의 목표도 역시 '잘 살아보자'인데, 경제성장을 이룩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정신적, 문화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의미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수단은 마찬가지지만, 새마을운동을 전개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요. 그것은 경제성장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51년 전에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미덕이어서 '많이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채식보다는 고기를 먹자', 그리고 자동차 소유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금은 '물을 절약하자', '전기를 절약하자', '쓰레기를 줄이자', '채식 식단을 꾸리자', 자동차 대신 걷기를 권장하는 등 소비의 축소가 '좋은 것'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자들의 견해는 갈리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현대의 위기는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심화라고 진단하는 데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이것의 해소방법은 차이가 있지요. 경제성장을 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성장신화에서 벗어나 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적정수준에서 경제규모를 유지한 채 새로운 번영을 이루자는 주장도 있지요. 이렇게 신자유주의의 뿌리를 유지한 채 경제성장이라는 매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정치사회제도의 변혁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좋은 삶'에 비중을 두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녹색성장 같은 담론이 여기에 속하지요.

이러한 논의에 더해 최근에는 성장을 멈추는 것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다름 아니라 '탈성장' 담론이지요.

최근 요르고스 칼리스 교수 등 생태경제·정치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저술한 <탈성장, Degrowth>가 바로 그 연구입니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Degrowth를 탈성장으로 번역하였는데, 그 뜻을 풀이하면 '성장형 경제 시스템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 할 수 있음. <디그로쓰> 9쪽 참조) 이 개념에는 많은 의문과 반론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과 소비의 감축이 지구환경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일자리와 소득의 감소로 빈곤과 불평등은 급격히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한편 경제성장의 지나친 추구가 기후위기와 불평등 그리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으며 이러한 기후위기나 팬데믹 현상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지구의 종말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누구도 이 논쟁에서 완전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대체에너지 사용과 물자절약, 그리고 돌봄과 나눔 등 사회적 실천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 글은 <중도일보> 2021.9.9. 게재되었습니다)